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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손석희 입 열다 "백분토론 끝까지 열심히 할것"

POSTED AT 2009/10/14 10:13// POSTED IN 생생매거진 POSTED BY 푸른그림

사실상 MBC 백분토론에서 '손석희 퇴출설'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 어제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주최로 손석희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대학생들에게 인기 좋은 '스타강사'이기도 하지만, 마침 이슈가 이슈인지라 무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해 자리가 모자를 정도였다. 

이 날 강연은 주최측을 제외한 일체의 사진촬영이 금지되는 등 다소 긴장된 느낌이었지만, 손 교수의 위트있는 말솜씨로 강연장의 긴장감은 금새 사라져버렸다. 

이 날 손 교수의 특강은 <한국의 방송토론문화>이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으며,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은 기다렸다는듯 빗발치는 질문을 쏟아냈다. 

손석희 교수는 이날 '100분 토론 퇴출설'에 대한 질문에 공식적인 답변은 피했으나, " '백분토론이 10년이나 됐는데, 이제 프로그램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MBC 보도제작국의) 공식적 입장은 그런 차원이라고 들었다. '하차가 정해졌다'는 건 말 그대로 아직 '기사'일 뿐이고, 아직 MBC의 '공식적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 역시 뭐라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이게 내 공식적 입장이다"라며 사실상 하차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또한, " '공식적으로는'(강조) 백분토론을 언제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하면서,  "가끔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건 옛날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해 아쉬울 때 하는 생각이라 본다. 주어진 시간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백분토론 주제를 "디워, 400회 특집, 끝장토론"을 꼽았으며, 토론 진행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한창 독도논쟁 당시,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특파원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며 "공정한 게임에서 이겨야 자기 주장이 합리화된다는 게 시청자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100분토론> 진행자 손석희 교수 ⓒ MBC




<방송 중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것 같은데> 
- 25년 간 방송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시선집중 청취자들은 목소리까지 체크하며 예리한 평을 게시판에 남긴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말한 내용이 (뉘앙스보다는) 텍스트로만 전달되기도 하니 오해가 쌓여 아쉬운 점도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 수행하기 힘들지 않나?> 
- 아침 시간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다. 가장 힘들 때는 아침에 일어나 양말을 신을 때다. 또 겨울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차 타기도 싫다. 그래도 on air 들어오면 힘든 걸 다 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백분토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는?> 
- 디워, 400회 특집, 끝장토론. 특히 끝장토론은 밤 11:10에 시작해서 새벽 5:20분에 끝났다. 중간에 딱 5분 쉬고. 좋았던 건, 패널들이 졸리니까 합의를 잘 하더라(웃음). 다른 방송사에서는 힘든 거 뻔히 안 하니까 시도를 안 한다. 힘들었지만 의미있었다는 생각이다.


<토론하다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사회자는 왜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누가 보기에도 분명한 결론이 나는 문제가 있다. 모두의 공분을 일으키는 주제가 있다. 그럼에도 사회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성적인 대중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게임을 통해 자기 편이 이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전에 독도 논쟁이 활발할 때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특파원이 왔다. 그와 세 번 만났는데, 그 때는 언론보도 제목이 '손석희-구로다 3차 대결'이렇게 났다. 구로다 특파원이 신문사 사장에게 "꼭 손석희와 인터뷰해야 한다"고 했다더라. 그래서인지 나중에 가니 그쪽 부장 7명이 아무 말 안하고 나를 둘러싼 가운데 사장이 나에 관한 자료 파일을 이만큼 보여주며 내 과거 이력을 다 얘기하더라. '기 죽이기'지. 

당시 게시판에도 "꼭 구로다를 깨라" "사회자 말고 패널 하라"는 시청자 의견이 넘쳤다. 그래서 토론 중 그에게 공격성 질문을 몇 개 던졌다. 그 후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공정한 게임에서 이겨야 자기 주장이 합리화된다'는 게 시청자들의 생각임을 그 때야 알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출연료 문제를 말했는데...> 
- 출연료는 상대적인 거라, 그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 

<지금 거론되는 '백분토론 하차설'은?> 
- " 백분토론이 10년이나 됐는데, 이제 프로그램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 (MBC 시사교양국의) 공식적 입장은 그런 차원이라고 들었다. '하차가 정해졌다'는 건 말 그대로 아직 '기사'일 뿐이고, 아직 MBC의 '공식적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 역시 뭐라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이게 내 공식적 입장이다.  


<백분토론은 세대 간 배분이 치우쳐 있다. 20대가 출연할 기회가 없다> 
- 4~50대가 20대와 토론하기를 원치 않는 탓도 있다. 그래도 그런 분위기를 깨려는 시도는 있다. 100분 토론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시선집중>에서는 엊그제 개편을 맞이해 그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 월요일에는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청취자도 참여하는 토론 시간을 갖자고. 국회에서도 대학생 토론대회 등을 개최했고, 이후 백분토론에도 그런 기회가 더 생길 거라 생각한다. 내가 떠나더라도 <백분토론>팀에 그 부분을 건의하겠다.


강연을 마무리 하며 

- '공식적으로는'(강조) 백분토론을 언제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또 학교라는 또 하나의 삶이 있으니, 그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어떤 정신과 의사가 나더러 'Here & Now' 형이라고 했다. 가끔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건 옛날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해 아쉬울 때 하는 생각이라 본다. 주어진 시간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주어진 시간을,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반'만이라도(웃음) 소중히 쓰기 바란다.


<기타 질문들>

친구가 강의 시간에 '정치인 등 사회적 발언력 가진 사람 되고 싶다'고 했는데 교수님이 '그건 SKY 대학 나온 사람도 어려운 건데 네가 할 수 있겠냐'고 일축해 많이 실망하고 속상해했다. 이 친구에게 뭐라 얘기해 줘야 할까? 
- 우리가 100%라고 말할 수 없다면, 99%라고 말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100%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능성'이란 늘 존재한다.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건 100%가 아니다. 97년 워싱턴에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취재를 했다. 그때 존스홉킨스 정치학과 여대생을 만나 물었다. "미국에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보는가?" 그는 "지금은 안 보이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단 12년만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뻔'했다. '진보'라고 말하기는 좀 부담스럽고, 사회의 '진전'을 믿는다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은 늘 있다. 


사회자의 중립 문제에 연동해, 정치색을 띄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규정하는 것이 사실 '정치'. 이를 경원시하고 멀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다. 정치인이 되고 그런 측면이 아니라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필요성 있다. ' 정치색 과잉 현상'에 대한 질문인 듯한데, 그것과는 다른 문제라 생각이다.


갓 사회에 발을 디딘 젊은층은 좌표를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 가급적 다양한 신문을 봐야 한다고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럴 때 '소통'이 필요하다. 주위 사람과의 소통, 자신의 경험 등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 가는 시간을 축적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