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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공무원 행정 인턴제의 실상[펌글]


요즘 취업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한나라당과 MB가 총선과 대선때 외쳐댔던 읽어버렸다는 10년보다 더 힘들어 졌다는군요. 신규취업뿐만 아니라 잘 다니시던 분들 또한 구조조정이나 감원으로 실업자가 되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이놈의 선배정권이 불러온 IMF때 겪은 경험이 있어 그렇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병주고 약주는 겪인지 얼마전에는 인원감축을 하겠다는 정부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로 공무원 행정 인턴제도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참 말들이 많습니다. 기존에 상식선에서 생각하던 인턴제도와는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어떤점이 비판의 뭇매를 맞고 있을까요? 궁금해서 살펴봤습니다.

다음은 경기도의 행정인턴 공고문입니다. (전문이 보고싶으신 분들이나 이런 인턴(이라고 쓰고 '알바'라고 읽는다)이라도 관심있으신 분들은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주십시오. 참고로 지원기한은 16일 까지입니다.) 
<그림 1>

채용분야도 참 다양합니다. 그런데 170명을 뽑는군요. 전체 5000명 뽑는다고 큰소리 떵떵치더니 꽤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 170명 밖에 안뽑는군요. 꼬투리 잡고 싶지만 이건 인턴과 알바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기에 그냥 넘어가 봅니다. 인원수 문제만 빼고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그럼 근무조건을 보겠습니다.

'88만원 세대' NO, 우리는 '76만원 세대'
<그림 2>

무려 10개월 씩이나 하는군요. 인턴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긴 기간입니다. 그래도 퇴직금에 걸리니 1년은 안넘기나 봅니다. 11개월 하자니 너무 티나고 12개월 하자니 퇴직금이 걸리고... 상당히 고민끝에 나온 숫자라는게 팍팍 느껴지는군요. 그런데 일당은 38000원 이네요. ㅡㅡ; 요즘 하도 양심에 털난것들이 많아 인턴급료를 최저임금 아래로 주는 곳들도 많다지만 10개월 동안 38000원을 받고 일한는 건 좀 심하군요. 기한단위로 임금이 인상된다는 별도의 조항이 없는 걸로봐서는 그냥 저 임금 그대로 10개월일 가능성이 큰데 이것 참 난감하군요. 한달 근무 일수가 보통 20일이라고 보면 76만원을 월급으로 10개월을 일하게 됩니다. 우석훈, 박권일씨 큰일나셨습니다. 개정판 부터는 책 제목을 '76만원 세대'라고 바꾸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농진청도 올해 3개월에서 길게는 2~3년의 인턴을 뽑는다던데... 혹시 저런 조건일까요? 2~3년 근무에 76만원 월급이라면 이건 노동착취라는 말 밖에 안나올꺼 같은데요. 뭔가 현실적인 대책이 준비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알바는 알바지 인턴아니야~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번 인턴제도가 알바라고 조롱받는 좀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 <그림3>의 유의사항의 '바'항을 보시겠습니다.

<그림 3>

인턴으로 10개월 일해도 정규공무원으로 임용될 기회나 임용시 가점의 혜택은 없다는군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당연한거 아냐'라고 외치실겁니다. 저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행정인턴을 알바라고 부르고 싶은 겁니다. 혹시나 다른 기대하실 분들이 생길까봐요. 사실 인턴이라는게 어느정도 정직원 채용의 기회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하게되는게 일반적이니까 말이죠. '알바'를 '알바'라고 부르면 누가 뭐라고 합니까? (많지는 않겠지만 알바조차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군요)

그냥 통계좀 만져보자 이건가? 
앞서는 그냥 넘어갔지만 <그림2>의 응시자격을 보면 18세 이상부터라고 나와있지만 상식적으로 대학졸업하고 군필자라는 단서가 붙어있어 남자라면 적어도 26이상은되야 지원 자격이 생깁니다. 이 사람들이 취업준비 못하고 여기서 경력도 뭐도 아닌 10개월짜리 알바나 하고있으라는 건 근본적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단지 실업률공식의 분자를 좀 줄여보자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를 못벗어 나는 집단이기에 단어선택은 최첨단을 달리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아르바이트는 그냥 아르바이트 인겁니다. '인턴십'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는가 본데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