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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심층 리포트] 70~90년대엔 '낭만의 대출(代出) -[조선-사회]

1970~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30~50대에게 대출(代出·대리출석)은 '캠퍼스의 낭만'으로 통했다. 문자 그대로 끝까지 강의를 대신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수나 조교가 호명할 때 목소리를 바꿔 대답하는 '음성변조형'이 대부분이었다. 출석만 부르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학생회 간부를 맡은 운동권 학생들이 단골 대리출석자였다. 사랑에 빠진 학생, 사랑이 깨진 학생, 술이나 문학 혹은 둘 다에 푹 취한 학생도 대출이 잦았다. 어지간히 깐깐한 교수가 아니면 너그럽게 눈감아줬다. "다음 주에 중간고사 본다고 잊지 말고 전하라"고 당부하는 교수도 있었다.

대출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1998년 IMF 경제위기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부터다. 1999년 PC통신 게시판에 '채플에 대한 고민을 털어버리세요. 1학기 출석에 10만원'이라는 광고가 호출기 번호와 함께 올랐다.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서 알음알음 행해지던 대출이 취업준비에 바쁜 예비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신종 알바'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도 대출에 점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2005년 모 여대 졸업반 이모(당시 23세)씨가 "4주간 겨울 계절학기에 대출하고, 대리 시험으로 B학점 이상을 따주면 25만~30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해외 배낭여행 경비가 필요했던 같은 학교 조모(당시 21세)씨가 응했다. 조씨가 '계약'을 이행한 뒤에도 이씨가 사례금 지불을 차일피일 미루자, 조씨가 이런 사정을 인터넷 동문회 게시판에 올렸다. 학교 측은 이씨를 제적했다.